_ 무기력

무기력한 것인지, 무능력한 것인지. 의욕이 없는 것인지, 애초에 해낼 힘이 없는 것인지 알 수 없다. 나서지 않고, 행동하지 않는다. 고분고분하며, 일말의 욕심도 찾을 수 없고, 의욕은 보이지 않는다. 더 고집을 부리지도 않는다. 원래 차분한 성격이었지만 이 정도였나? 주위에 있어도 없는 것 같고, 인기척 또한 크게 느껴지지 않고, 혼자 있는 경우가 많으며,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다. 가만히 있을 때는 싸한 느낌마저 든다. 상기되어있는 볼이, 일렁이는 눈동자가, 공허한 시선이 소름 끼치게 느껴질 정도로.

_ 조용한

말수가 줄었다. 타인이 먼저 말을 걸지 않는 이상 말하지 않고, 말을 건다고 해도 답을 해줄 것이라는 확신은 없다. 늘 조용하게 해결하고 싶어 한다. 큰 소란을 즐기지 않으며, 전처럼 사람들의 중심에 서 있기는커녕, 오히려 사람들 사이에 있는 것을 기피하는 것처럼 보였다. 행사라도 있는 날에는 혼자 떨어져 자리를 펴고 앉아 하늘 구경을 하고, 책을 읽는다.

_ 솔직한

타인에게 잘 보이기 위한 행동들은 관뒀는지, 가식적인 웃음도, 아첨하는 말도, 이제 하지 않는다. 잘된 일도, 무엇도 아니다. 살면서 거짓말은 필요하고 때때로 가식도 필요한데, 어떻게 솔직하다고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있는가. 듣기 좋은 말은 거의 하지 않는다. 그새 눈물이 많아졌고, 사소한 일에도 눈물을 흘린다. 대놓고 능력자들을 부러워하기도 하는 듯.

_ 비겁한

지난 몇 년간 다른 사람이었는지, 아니면 이제 다른 사람이 된 건지. 정정당당하고, 선을 지키던 행동은 어디 갔는지. 우아함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. 평소에는 느껴지는 게 별로 없지만, 특별한 상황에는 다르다.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는 말이 아리나를 위해 만들어진 말이었나, 싶을 정도로 유치하고 치사하게 느껴진다. 물론 의욕이 없어 비겁한 행동을 하는 경우는 드물겠지만... 꼭 해야만 하는 상황에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는 듯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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other / " 입학 때랑 정 반대가 된 것 같아.  며칠 전에 봤을 때는 아리나인 줄도 몰랐어. 복장도 그렇고, 별로 단정해 보이지는 않지? "

" 사람이 조금 모이기만 하면, 항상 어딘가로 사라져. 말 좀 하려고 하면 자리를 피하고, 피하고. 행사를 싫어하나? "

" 그렇게 감정이 잘 드러나는 애는 아닌 것 같았는데. 어제는 도서관 구석에서 훌쩍이더라. "

" 비겁한가? 조금 치사하다는 생각은 할 수 있지. 그런데 뭐 어쩌겠어. 비능력자잖아. 걔 입장에서는 능력자들이 능력 쓰는 게 더 비겁하고 치사하게 느껴질걸? "